2014
Return to the Meaningless
Return to the Meaningless 무의미로의 회귀
I carved down countless fragments from a canvas. Perhaps carving a canvas is a reckless act, like knocking the door to an unknown room. It is an essential pause to dream about the beyond: a tuning-in to catch the sound before the silence, a tranquil time that empties and washes off meanings, allowing the search for more significant meanings beyond simply embodying the meanings. After all, meaningless is not a non-meaning, but another side of meaning that makes the original meaning more substantive. It was the night-like time that smoothes over and embraces the fierce stories from the daytime, from which I could be cured and re-start my life once again.
캔버스에 작은 조각들을 무수히 파내려 간다. 칼로 캔버스를 조각하는 것은 빈집을 두드리는 것과 같은 무모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견고한 캔버스를 조각하는 것은 그 너머를 꿈꾸기 위해서 삶에서 필요했던 멈춤이었으며, 침묵 이전의 소리를 듣기 위한 적극적인 귀 기울임의 시간이었다.의미를 담기보다는 더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의미를 비우고 지우는 시간과도 같았다. 결국 무의미는 의미 없음이 아니라 오히려 의미를 견고 하게하는 의미의 이면인 것이다. 낮 동안의 모든 일들을 덮어주고 보듬어주는 이런 밤과 같은 시간이 있었기에 어쩌면 나는 위로 받을 수 있었고, 다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Cut Pieces-Pink Lace
The process was like respiration, breathing out rough breath. The moment when the knife touches the canvas, the respiration pauses, and then breathes out again as the piece is cut with a snap and falls down. Like the pause (death) and continuing (life) of respiration exhibited on the surface of water, the lace embroidered with respiration becomes a pattern that connects two different worlds. After embroidering one stitch after another, and leaving it behind overnight, the carved fragments evoked belonging, while the earnest willingness of last night fell to be a pile of tiny pieces, a small piece of nothing. The scraggy frame of the canvas reflects the loneliness and meaninglessness of life, analogous to the space between infinite universal time and the instant moment of our common lives.
나에게 작업의 과정이란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 호흡과도 같았다. 캔버스에 칼을 데는 순간 호흡은 멈추었다가, ‘툭’ 하고 잘린 조각이 떨어지면서 숨을 내쉰다. 마치 물 표면에서 숨이 끊기고(죽음) 이어지듯(삶) 호흡이 교차하며 짜여진 레이스는 서로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무늬가 된다.
한땀 한땀 수를 놓듯 파내려 가는 조각들은 하룻밤을 뒤로하고 어느새 아련한 그리움들을 불러낸다. 간밤의 간절했던 나의 의지들은 아무것도 아닌 작은 조각이 되어 힘없이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수북히 쌓여진 작은 조각들…….앙상하게 드러나는 캔버스의 뼈대에서 삶의 쓸쓸함과 무상함이 느껴진다. 그것은 우주의 무한한 시간 사이, 순간에 불과한 우리네 삶의 단면과도 닮아있을 것만 같다.